대학 재정지원 확대, 청년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기고/김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5일 03시 00분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자면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대학에 바라는 것은 값싼 교육비뿐인 듯하다. 13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계속되는 인하 요구는 우리 사회가 대학에 바라는 바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대학 당국, 그리고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에게 있다. 등록금 인하 요구는 대학교육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 바뀌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다시 한번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자면 현재와 같은 재정 투자 규모로 대학이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이는 OECD 평균인 36%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기준으로 OECD 평균까지 가려면 지금보다는 40%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교육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와 별개로 현재의 대학생 1인당 투자 수준은 박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들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대학 진학률이 높았다. 그 결과 전체 인구에서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정된 재원으로 많은 학생을 가르치려다 보니 이러한 박한 투자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이미 전체 인구에서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점을 지나 크게 줄어든 상태이며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도 1인당 소득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줄어들고 있다.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 교육을 위한 투자를 덜 한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학이라는 기관이 미덥지 않다고 해서 우리의 청년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까? 우리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을 새로이 찾아내고 만들어 낼 수 없다면 결국은 대학이 청년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대학이 못 미덥다면 사회가 힘을 모아 변화시켜야 한다. 대학을 변화시키는 추진력은 결국 좋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에서 시작한다. 대학을 단지 졸업장에 찍힌 학교명으로 청년들을 선별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귀중한 20대 초반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대학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만큼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대학교육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는 변화를 이끌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변화를 위한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는 또 다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혜자인 학생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려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이 역시 결국은 국민의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나은 성과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학생들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이런 권리를 강력하게 행사하면서 더 낮은 등록금에 앞서 더 나은 교육과 그 성과를 요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변화를 향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학 재정지원 확대#청년의 미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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