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의 고전(苦戰)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차가 약진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공동경영 원칙을 내세우며 실력을 키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굴기는 어쩌면 예견된 결과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2000만 대 넘는 자동차가 판매된다. 2001년에 이 거대한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5, 6년 전까지만 해도 100만 대 넘는 차를 판매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꺾인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44만 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판매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현지에서는 현대차가 일부 공장의 매각 협상을 벌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판매 타격은 불매 운동이 벌어졌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계속 줄어드는 판매량은 원인이 다른 곳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름 아닌 중국 로컬 완성차 브랜드의 성장이다.
중국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했다. 글로벌 완성차가 중국에 진출할 때 로컬 자동차 기업과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를 세우도록 했다. 현대차가 ‘베이징현대’, 폭스바겐이 ‘상하이다중’이라는 법인을 세우고 차를 생산·판매하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과 함께 차를 만들어 팔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무서울 정도로 발전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로컬 브랜드가 꾸준히 디자인·품질 경쟁력을 따라잡으면서 더 싼 가격을 앞세워 진군해 올 때 힘든 것은 현대차 같은 대중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로컬 브랜드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않다. 대중 브랜드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폭스바겐이나 도요타와 달리 브랜드 파워가 밀리는 현대차는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을 내주는 양상이다.
현대차를 힘들게 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해외 시장 공략에까지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에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82만여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빠르게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내연기관차 분야에서는 중국이 한계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중국의 또 다른 무기는 전기차다.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쓴 차량에만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기차 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구조가 복잡한 내연기관차에 비해 제조가 훨씬 쉬운 전기차 분야에서 역전을 노리는 전략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선진 시장인 유럽 진출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놀랍게 빠른 공장 증설로 ‘현대속도’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현대차의 중국 진출은 대표적인 해외 진출 성공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판매량이 절반 아래로 추락한 상황과 전기차 시대를 정조준하는 중국의 모습은 국가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자동차 산업의 치열함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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