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 국민의힘 대선주자 첫 TV토론회에선 대선주자들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토론회에는 1차 컷오프 여론조사를 통과한 대선주자 8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한 비전발표회와 압박 면접은 있었지만 상호 토론은 처음이었다.
10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선 여론조사 선두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검사 시절 보수진영 궤멸에 앞장섰고 죽은 권력을 잔인하게 수사했다”며 당원과 국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검사로서 소임을 한 것”이라며 보수 궤멸은 홍 의원이 당 대표로서 2018년 지방선거를 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적절성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토론회가 네 탓 공방으로만 치우치면서 대선주자들의 비전과 정책 대결은 실종된 모습이다. 야당 대선주자들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지난 5년간 실정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해법 제시는 전혀 없었다. 집값과 전셋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부동산 실정을 바로잡을 복안이나 청년세대의 실업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방안에 대한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토론회라면 대선주자들이 과연 대통령을 할 만한 충분한 자질과 소양을 갖췄는지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정권교체를 주장한다면 이런 절박한 과제들에 대해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도 없는 막연한 반문(反文) 공세나 후보 간 네 탓 공방으로만 시간을 허송할 때가 아니다. 다음 달 8일 예비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컷오프까지 5차례 더 남은 토론회는 대선주자들의 진짜 실력과 비전을 검증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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