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요즘 리세일이 대세라며?”라고 묻기 시작했다면 X세대, 즉 40대 이상 기성세대일 가능성이 높다고들 한다. 현재 20, 30대에 속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중고 거래와 리세일(resale·재판매)은 마치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중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분수령이 됐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이 자연스레 살림 정리를 하다 보니 거래량 자체가 늘었고 재활용과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2018년 200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는 지난해 6월 기준 1090만 명을 넘어서면서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반적인 중고 거래를 통해서는 새것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사고팔게 된다. 하지만 리세일은 판매자가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형태로 거래가 진행되기에 신제품보다도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경우가 많다. 중고 거래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주도하는 주역으로 MZ세대가 꼽히는 것은 특히 이들이 리세일을 재테크 목적의 ‘대체 투자의 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을 지켜보면서 부모 세대만큼의 경제적 풍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판단한 이들은 특히 중고 명품 패션과 스니커즈로 시선을 돌렸다. 이 제품들은 판매 가격이 계속 오르기에 투자 가치가 있고 희소성도 있어 안정적인 수익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스톡엑스가 올 3월 18세 이상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구매자의 37%가 구매 동기로 ‘투자’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올 6월 사이, 미국의 주가 지표인 S&P지수 수익률은 30%였던 데 비해 나이키 ‘에어 조던 4’의 수익률은 100%에 달했다.
MZ세대에게 명품과 한정판을 중심으로 한 리셀 시장은 투자 행태뿐 아니라 그들의 소비 태도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쇼케이스’ 같은 존재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자랑할 수 있는 과시 목적, 팔리지 않으면 그냥 써도 그만인 직접 사용 목적으로도 명품과 스니커즈를 구입한다. 어렵게 물건을 손에 넣고 다시 판매하는 리세일 여정 자체를 놀이처럼 즐기기도 한다.
어떻게 해석하든 명심해야 할 사실은 중고 패션 플랫폼의 성장률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00%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1∼2%에 불과한 일반 패션 시장 성장세와 비교되는 수치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최신 기술이 접목되는 등 중고 시장을 둘러싼 생태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천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띠게 된 기업들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 도입에 나섰다.
아직도 리세일이 대세냐고 묻는 마인드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래서 ‘중고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재촉한 소비의 미래가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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