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달이 차오른다, 가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4일 03시 00분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어디 있어요. 빨리 하늘의 노을을 보세요!” 문자가 날아온다. 일어나 연구실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하루 종일 날씨가 좋았는데, 또 이런 노을을 선사하다니. 요즘 하늘 풍경을 보는 재미로 산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하늘의 변화가 이리 아름다울 수 있다니. 가을비 오는 회색빛 하늘은 차분해서 좋고, 맑은 날 구름 역시 최고다. 해 질 녘 파란 하늘에 나타나는 달 풍경 역시 아름답다. 특히 가을 추석 달은 외롭지 않아 좋다. 달이 있기에, 거대한 우주 공간 속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가 더욱 실감난다.

1865년 미국 남북전쟁이 끝나자 포탄을 쏘거나 개발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잃었다. 이들은 ‘포탄 클럽’을 만들어 재주를 살리겠다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는데, 거대한 포탄을 만들어 달을 여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이 제작한 포탄 내부는 넓이 5m², 높이 3m였다. 그 속에 탐험가 3명과 사냥개 한 마리, 달에 심을 씨앗 몇 상자, 나무 열두 그루, 일 년 치 고기와 채소 통조림, 마시며 즐길 브랜디 50갤런을 실었다. 물은 두 달 치만 실었다. 그들은 달 표면에 많은 물이 있다고 생각했다.

쥘 베른이 1865년 발표한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 이야기다. 소설 속 달나라 여행은 성공으로 끝이 난다. 소설대로 이뤄졌다면 탐험가 3명은 달에 뿌린 씨앗으로 추수하고, 브랜디로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달은 그들이 심은 나무로 울창해졌을 것이고.

베른의 책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존경하는 동지 여러분, 정확하게 겨냥된 포탄이 초속 12km의 속도로 날아가면 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나는 그 작은 실험을 해보자고 정중하게 제안하는 바입니다.” 소설가가 100년도 훨씬 전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로켓이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주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지구 중력을 벗어난 후 떨어지지 않고 주위를 돌면서 일정 궤도 안에 들어가야만 한다. 이 궤도보다 더 빨리 날아가면 우주 밖으로 튕겨 나가게 되고 이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면 지구로 다시 떨어진다. 발사된 로켓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 안전하게 지구 주위를 돌며 원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원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속도를 ‘궤도 속도’라고 한다.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1초에 8km 정도는 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나로호 1차 발사는 2단 로켓 추진체와 노즈페어링부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목표했던 초속 8km 궤도 속도에 이르지 못해 실패했다. 초속 6.2km 속도로 비행하다가 지구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대기권으로 떨어져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나로호 3차 발사 때는 초속 8km 속도로 6분 정도 날다가 궤도 속도에 안전하게 진입했다. 다음 달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형급 누리호 발사체가 시험 발사된다. 성공을 기대해 본다.

베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달에 갈 수 있다면 우주선에 무엇을 가지고 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두 딸과 함께하고 싶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냥 그 자체로 멋지지 않을까?

#이기진교수#만만한 과학#지구#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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