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수원지검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로비 의혹 수사를 할 당시 피고인과 변호인, 담당 지검장이 모두 화천대유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욱 변호사는 현재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다. 수원지검장이던 강찬우 전 검사장은 퇴임 후 약 3년간 화천대유 법률 자문을 맡았다. 남 변호사를 변호했던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고, 조현성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를 소유하고 있다. 이해충돌의 소지가 클 뿐 아니라 여태껏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
남 변호사는 2015년 현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4월 당시 유동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표류하던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관 공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장동 민영 개발 업체의 대표였던 남 변호사는 “협조할 것”이라며 적극 동조했다. 남 변호사의 대학 과 후배는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하고 이듬해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에 참여했다. 만약 이 과정에 남 변호사가 개입했다면 초기 단계부터 사업이 짬짜미로 이뤄진 것인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
또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도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화천대유와 고문계약을 맺고 매월 수백만 원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순실(최서원) 씨를 변호했던 검찰 출신의 이경재 변호사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이 회사 고문 활동을 했다가 변호사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당사자들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의 인연 때문에 고문을 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이 14명뿐인 민간 기업이 이런 이유만으로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검사장 등을 줄줄이 영입해 최고 연 2억 원의 고문료를 줬다는 걸 납득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 수사 책임자가 모두 화천대유 관련 업무를 맡은 것 역시 법조 윤리의 바닥을 드러낸 일이다. 검찰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전직 검찰총장 등 법조계 거물들이 무더기로 등장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검찰의 책임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