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어제 여야 8인 협의체는 마지막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안을 만들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 간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오늘 본회의에서 여당의 수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가짜뉴스로부터 피해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제안한 이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악법”이라는 국내외 비판이 쇄도하자 지난달 말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한발 물러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내놓은 수정안을 보면 애초에 개선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 핵심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준은 ‘피해액의 최대 3∼5배’로 수정해 유지하고, 징벌적 배상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보도를 ‘진실하지 아니한 보도’로 오히려 범위를 넓혀놓는 개악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제 국내 현안인 동시에 국제적인 의제가 돼버렸다. 지난달 말 정부에 법안의 수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는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한국을 언론자유의 롤모델로 간주하는 나라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칸 보고관은 여당에서 수정 제안한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도 과도하다며 관련 규정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세계 120여 개국 신문사 편집인 등이 참여한 국제언론인협회도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파키스탄의 언론 규제법안을 대표적인 언론 탄압 사례로 제시하며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여당의 황당한 입법 탓에 한국이 언론을 탄압하는 대표 국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국제사회가 세계 언론자유 신장에 악영향을 준다며 우려하는 입법은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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