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25일 담화에서 “북과 남이 서로를 트집 잡고 설전하며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종전선언과 4차 남북 정상회담 등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한 지 사흘 만인 전날 “흥미로운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했다.
사실 문 대통령의 유엔 종전선언 제안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내용도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북한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에는 김여정을 내세워 이틀 연속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보냈다. 북한의 돌변은 내부 사정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봉쇄로 극심해진 경제난이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김여정은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을 걸었다. 북한의 무력 증강에 대해서 한미와는 다른 이중 기준을 내세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적대시 정책 철회와 상호 존중 등을 덧붙였다. 하지만 한미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 전에 이런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북한은 대화 재개를 저울질하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심산일 것이다. 김여정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눈에 띄는 실천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달라는 ‘통남통미(通南通美)’ 카드다. 평창 때 썼던 방법을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이끌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다간 자칫 제재 전선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북한을 몰아세우면 대화의 입구를 찾기 어렵다는 게 딜레마다. 한미는 대북 정책을 더욱 긴밀하게 조율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도 더 이상 대화 재개를 놓고 간보기 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대화가 지연될수록 큰 고통을 겪는 곳은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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