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한 목적’이 스타트업을 성장시킨다[Monday HBR/란자이 굴라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7일 03시 00분


스타트업 리더들은 대개 성장을 최우선에 둔다.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수익을 확보하는 게 더 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들을 보면 성장과 목표가 상충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창업할 때부터 확고한 이유와 의미를 내세우는 게 오히려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몇 년 새 미국에서 급성장한 농업 벤처기업 ‘고담 그린스’, 의료기술 벤처기업 ‘리봉고’, 안경 소매기업 ‘와비파커’ 역시 제품시장 적합성을 달성하기 훨씬 전부터 목적을 중심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명확한 사업의 목적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점과 운영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첫째, 목적은 기업가적 야심을 키워준다. 야심은 창업가와 초기 직원들이 더 큰 이상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시스템의 문제 해결이나 가치 창출에 대담하게 나서도록 자극한다. 한 예로 2009년 고담 그린스를 공동 설립한 비라지 푸리는 사업 초기부터 농작물을 키우고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혁신하자는 기업 목적을 제시했다. 이 같은 목적은 창업가 본인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목표에 더 헌신하도록 만들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의 대규모 운영과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창업가들은 이상을 바탕으로 지역이라는 단위 경제에 집중해 오프라인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목적은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끌어모은다. 창업가는 직원, 투자자, 고객, 공급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상을 전달하는 경우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자극하기 때문이다. 가령 2014년 리봉고를 설립한 창업자 글렌 툴먼은 만성질환자들의 삶의 질과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워 이 사명에 공감하는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었다. 회사가 미칠 선한 영향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기업이 탐내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2019년 기준 리봉고 전 직원의 3분의 1이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다른 3분의 1은 만성질환을 앓는 가족이 있었을 정도다. 이들은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헌신적으로 일했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상업적 성공을 촉진했다.

셋째, 목적은 이기는 팀을 만든다. 스타트업은 종종 혼란스럽고, 엄청난 도전 과제의 부담 때문에 와해된다. 벤처 자금의 지원을 받는 미국 기업의 4분의 3이 결국 살아남지 못한다는 통계도 이런 위험을 말해준다. 기업들이 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전략적 초점을 잃거나 강력한 공동체 정신과 팀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도 주된 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적에 대한 충실성은 팀원들이 결속력을 유지하고 오랜 기간 응집력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해준다는 이점을 가진다. 와비파커의 공동 창업자인 닐 블루먼솔은 누구에게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경을 제공하겠다는 이상을 중심으로 강력한 조직문화를 조성했다. 그는 속속 합류하는 신입 직원들에게 와비파커의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신념 체계가 회사의 평상시 의사결정에도 반영되도록 했다. 그 결과 합리적 가격으로 친환경 포장을 적용한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위해 여러 부서가 힘을 모으는 등 협업을 촉진할 수 있었다.

물론 목적이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목적을 추구해 얻는 이점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그 중요성은 저평가되고 있다. 벤처 투자가들이나 창업가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만큼 한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원대한 이상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원대한 목적#스타트업#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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