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의혹 보도 신중해야… 사건의 실체 파악이 필수[독자위원회 좌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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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선 본격화
여당의 입법 폭주
아프간 미군철수와 기여자 구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며 여당과 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야당의 반대에도 의석 수 우세를 앞세워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한 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이달 말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격 철수를 단행한 미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국에 도움을 줬던 아프간인들을 구출해 국내로 안전하게 이주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 조치를 실천하기 위해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여야 대선주자 경선 과정, 언론중재법 등 여당의 입법 폭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한국 협력자 구출 등의 보도에 대해 15일 e메일로 의견을 제출했다.》

김종빈 위원장=이른바 ‘윤석열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9월 7일자 A1면 <與 “국기문란 사건” 尹 “여권 정치공작”> 기사는 구체적인 사건의 실체가 아닌 의혹만을 보도해 독자들의 궁금증이 컸습니다. 다행히 9월 9일자 A4면 <‘尹부부 피해자’ 명시된 3일 고발장, 작성자-제보자 규명이 핵심> 기사에서 의혹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9월 10일자 A6면 <3개 ‘崔 고발장’ 주요 내용 거의 동일…양식은 검경 민원서식과 유사> 기사에서 의혹에 등장하는 고발장 3개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합리적 의혹을 신속하게 보도할 수는 있지만 후보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의혹 보도는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보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9월 8일자 A6면 <앉아서 졸고, 휴대전화 보고…野주자들 “이런 정책발표회 왜 하나”> 기사는 후보자들의 정책공약보다 태도나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후보들의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마땅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후보자들의 산만한 태도나 짧은 토론시간 등 지엽적인 문제보다 어떤 후보자가 어떤 공약을 내거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후보자 각각의 공약이 나라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가 늘어나야 합니다.

류재천 위원=여야 후보자들의 교육, 국방, 외교 공약들을 비교 분석한 뒤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도해줬으면 합니다. 9월 9일자 A6면 <이재명, 친문-86그룹 세 확장…이낙연, 광주서 의원사퇴 배수진> 기사는 이낙연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민의 반응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성태윤 위원=공약이 실제로는 별 내용이 없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 자체도 독자에게는 의미 있는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9월 2일자 A5면 <“기본소득 전례 없어” “신복지 말만”…與주자들, 李-李 집중 난타> 기사는 여당의 토론회를 통해 정책을 논의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런 논의가 후보자들의 주장을 넘어 보다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분석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최은봉 위원=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와 선택에 의해 가동되는 과정이므로 다양한 유권자 집단의 정당 지지도와 정책선호 등을 취재해 사회 전반의 지형도를 밝히는 기사가 실리기를 기대합니다.

이준웅 위원=각 후보자의 새로운 주장을 전하는 기사가 좋았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좌우를 떠나 민주당 총리를 임명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나(9월 1일자 A6면), 이재명 지사가 제시한 논쟁적인 ‘실거주 공공주택 공급안’을 자세히 소개한 인터뷰 기사(7월 15일자 A5면)가 특히 그랬습니다.

김 위원장= 8월 13일자 A10면 <“언론중재법, 전례 없는 독소조항 다수…통과돼도 위헌 소지 커”> 기사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법안이 왜 문제가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다만 기사에 나오는 용어들이 모두 전문적이었는데 사실적인 사례를 들어 기사가 작성됐더라면 독자들의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최 위원=8월 31일자 A1, A4, A5면에 걸쳐 게재한 여당 입법 폭주 관련 기사들은 언론중재법이 본질적으로 반민주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음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또 사립학교법도 포괄해 입법 폭주 문제의 심각성을 잘 전달했습니다. <“사학법 시행 땐 한국에 사학은 없다”… 野, 자체 개정안 내기로> 등의 기사는 사립학교에 미칠 우려되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류 위원=8월 23일자 A3면 <언론에 ‘고의-중과실 없음’ 입증 책임 지워…비판 기능 위축 우려> 기사는 언론중재법의 쟁점사항인 30조 2의2항에 대한 분석을 잘해줬습니다. 유재천 전 한국언론학회장 인터뷰도 시의적절했습니다.

성 위원=언론중재법에 대한 상당한 우려에도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안에 문제가 있음에도 왜 이러한 여론이 나오는지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합니다. 대중적 인식에 따라 입법이 추진되지 않도록 하고, 합리적 법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논의를 이끌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9월 10일자 A8면 오이시 유타카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 인터뷰 <“추정으로 언론 중과실 판단, 특히 문제”> 기사는 설득력 있는 포인트를 제공했습니다.

이은경 위원=언론중재법 논의를 ‘가짜뉴스 문제’로 프레임 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언론보도를 선별적으로 처벌 억제하겠다는 것이고, 오이시 교수의 인터뷰는 그 문제를 잘 정리했습니다. 다만 정치권 공방을 다룬 기사에선 여전히 여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사립학교법과 관련된 기사들은 이 법이 헌법상 권리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침해라는 점을 상세하게 부각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교원 선발의 자유를 형해화한 사학법은 위헌이 분명하다는 점을 잘 짚어줘야 합니다.

김 위원장=8월 17일자 A3면 <“바이든의 사이공 순간”…상처 입은 美 외교 리더십> 기사는 우리 안보의 중요한 축인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우리도 아프간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습니다.

성 위원=아프간 사태를 흔히 베트남 미군 철수 이후 과정과 비교하지만 이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8월 26일자 A31면 <‘사이공의 굴욕’ 이후 美 전략가들이 한 일> 칼럼과 8월 28일자 A30면 <지도층 부패와 軍 기강 해이가 만든 비극> 칼럼을 통해 이러한 논의가 제시된 것은 좋았습니다.

최 위원=8월 27일자 A8면 <美 설득해 버스 확보, 탈레반 검문소 실랑이 끝 통과…“천운이었다”> <“아픔 함께해…편히 지내길” 진천에 환영 현수막> 기사는 구출 작전의 긴박했던 순간과 한국 입국 초기 과정을 잘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특별기여자, 조력자, 난민 등의 개념을 애매하게 혼용해 아쉬웠습니다. 한국의 출입국관리법, 난민법 등 이주민에게 적용되는 법 제도에 대한 후속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미국의 아프간 철군 후 현지 상황에 대한 보도가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아프간 현지의 여성인권 실태를 특집으로 다루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준웅 위원=아프간인들이 한국에 도착한 뒤 발생한 난민지위 인정에 대한 문제와 정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응의 문제를 추적한 기사들이 좋았습니다. 특히 난민문제 전문가인 김도균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8월 26일자 A12면)와 아프간인들을 돕겠다고 나선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한 기사(8월 28일자 28면)가 좋았습니다.

류 위원=9월 14일자 A1면 한국에서 자유롭게 공을 차는 아프간 소녀들의 사진은 자유의 소중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A14면 <격리 풀린 아프간 기여자들 “한국 국민께 감사”> 기사처럼 한국 입국 이후의 모습도 후속 보도하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8월 12일자 A14면 <이륜차 사망 증가…3명 중 1명 ‘배달 종사’> 기사는 최근 상황을 잘 반영했습니다. 9월 10일자 A1면 <기울어진 운동장 만들고 선수로 직접 뛰는 플랫폼> 기사와 15일자 A1면 <한 달 31일 12시간씩 일해도 보호법 없는 플랫폼 종사자> 기사도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인 시대에 불공정 유형에 대한 우려를 잘 전달했습니다.



#대선후보 경선 본격화#여당 입법 폭주#아프간 미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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