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경기 화성시 동탄 행복주택단지의 44m²짜리 공공임대 아파트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비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득, 자산 등 기준을 낮춰줘도 입주자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 단지 공공임대 1640채 중 49채가 빈집이다.
출범 후 4년간 공공임대 주택 50만 채를 지은 현 정부는 2025년까지 공공임대 240만 채 건설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는데도 LH가 작년에 공급한 공공임대 주택 7만2000여 채 중 16.6%가 올해 5월까지 비어 있을 정도로 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입지가 좋지 않거나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좁은 면적, 낮은 인테리어 품질로 무주택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만 믿고 있다가 집값 폭등으로 낭패를 본 청년, 무주택 가구들이 공공임대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공공임대에 입주하는 대신 낡은 빌라라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집을 ‘영끌’해 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으로 도심의 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값이 장기간 안정될 것이란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면 공공임대에 대한 관심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공급할 공공임대 주택은 저소득, 청년층의 높아진 기대 수준에 맞춰 면적을 넓히고 편의성을 개선하는 한편 입지까지 신중히 검토해 지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중산층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공공임대 주택 채수 늘리기에 집중하는 건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을 늘려 재정만 축내는 일이다. 공공임대 주택 수십∼수백만 채를 짓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여야 대선주자들도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주택이 어떤 것인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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