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업계 업주 모임인 ‘안전한 가족 돌잔치 전국 연합회’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복 차림으로 발표에 나선 한 회원이 울먹이며 말했다. “지난해 12월 돌잔치가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 업종이 된 뒤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다. 양가 부모와 조부모, 이모 삼촌은 참석할 수 있도록 최소 8명 이상으로 해 달라.”
정부는 10월 말까지 고령층의 90%, 성인의 80%에 대해 접종을 마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석 여파에 따른 확산세가 우려되긴 하지만 현재 치명률(사망자/감염자)은 0.81%로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 3일 끝나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의 연장 여부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지금껏 버텨온 고강도 거리 두기가 더 계속된다면 코로나19에 걸려 죽나, 망해서 죽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국적 상황 무시한 거리 두기”
거리 두기 4단계에서 돌잔치 참석 인원이 4명까지 제한된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위험활동을 최소화하는 게 방역의 원칙인데 식사를 겸한 모임일수록 위험성이 커진다”며 “싱가포르 등 사적 모임을 4, 5명까지로 제한하는 전 세계적 경향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식(식사 제공) 참석 인원 49명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 그는 “결혼식 때 약 30명이 모이는 영국과 프랑스 사례를 참고했다”고 했다. 한국의 결혼식은 외국에 비해 유독 경조사 성격이 강한데도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 유럽과 달리 식당과 주점이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데 지금의 영업시간 제한은 이런 한국적 상황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최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자 시간대별 데이터’를 요구하자 정부는 “(그런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자영업자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이 영업시간을 제한해 벼랑 끝의 자영업자를 극단적 선택의 길로 내몰고 있느냐”고 분노했다. 왜 관련 데이터가 없는지 방역당국에 재차 확인해봤다. 국민 개개인의 시간대별 동선을 파악하는 건 전산체계상 쉽지 않은 데다 신원 감시가 되기 때문에 그 대신 QR코드 정보로 감염 비례지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QR코드 빈도가 같더라도, 즉 방문 횟수가 같더라도 낮 시간보다는 음주 활동이 많은 밤 시간에 집단감염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밤 9시까지’ ‘밤 10시까지’라는 영업시간 제한이 필요하다는 게 방역당국의 논리다.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현행 거리 두기는 국민 피로감만 키울 뿐 효과는 미미하다는 전문가 집단의 주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5월 1차 대유행 때에는 이동량 감소에 따른 확진자 감소 현상이 뚜렷했지만 올해 4차 대유행에서는 거리 두기 효과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장기화로 수입이 줄어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결정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 건물을 빌려 영업하기 때문에 후임 임차인이 들어와야만 권리금을 받아 나갈 수 있는데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발표된 한국은행 ‘금융안전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1년 동안 103조 원이 불어나 올해 2분기(4∼6월) 858조4000억 원에 달했다. 한은은 이 대출의 9%인 77조 원은 사실상 갚지 못할 대출로 보고 있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는 “1년 6개월 전에 수립돼 통계에 기반하지 않은 거리 두기로 폐업한 자영업자 매장 수가 45만 개를 넘어섰다”며 “지금이라도 자영업자를 살리는 위드 코로나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벼랑 끝 자영업 살리는 보상 돼야
한국경제연구원이 골목상권 자영업자 512명을 조사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 및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21.8%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신속한 접종과 거리 두기 완화를 추진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막아야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덜 수 있다”고 한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지난해 상점과 식당 등을 아예 봉쇄하고 그 대신 자영업자들에게 저리로 대출을 해주거나 휴업 협력금을 주는 맞춤형 피해지원 제도를 실시했다. 반면 한국은 K방역의 기치 아래 집합금지와 영업시간을 제한하느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장사를 못할 거면 아예 문을 닫고 지원금을 받고 싶다”는 한탄이 나왔다.
올해 7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공포됐지만 사실 이 법은 출발부터 삐거덕거렸다. 올해 1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기획재정부에 법제화를 지시하자 김용범 당시 기재부 1차관이 “다른 나라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며 반박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손실보상 범위가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한정돼 식당과 노래방 주인은 손실을 보상받아도 여행업과 숙박업, 헬스장과 공연업종 등은 제외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자료를 근거로 보상금 산정방식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얼마나 꼭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 보상이 이뤄질지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서고 코로나 이후에도 건재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 日 英 獨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적극적으로 자영업자의 피해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급여보호 프로그램(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제도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가 직원의 급여, 임차료, 각종 공과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무담보 저금리 대출이다. 대출금을 수령하고 8주 내에 직원 수와 급여 수준을 유지하고 대출금의 60% 이상을 급여로 소진하면 대출금을 상환 면제한다.
일본에는 ‘지속화 급부금’이 있다. 한 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 이상 감소한 중소기업에 최대 200만 엔(약 2128만 원), 개인에겐 100만 엔(1064만 원)까지 준다.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 발령에 따른 휴업 협력금도 있었다. 단축영업 하루당 6만 엔(64만 원), 전체 발령기간(31일간) 협력 시 186만 엔(1979만 원)을 지급했다.
영국은 록다운에 따른 영업중단기업 지원금을 보유자산 가치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자산가치가 1만5000파운드(약 2432만 원) 이하면 4000파운드(648만 원), 5만1000파운드(8268만 원) 이상이면 9000파운드(1460만 원)를 주는 식이다.
독일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차등 지급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최대 5000유로(692만 원) 한도로 2019년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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