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방침을 철회했다. 국내 언론·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유엔, 국제언론인협회 등 국제사회까지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하면서 입법 독주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그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여야 동수 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만들고 언론중재법 외에 신문법, 방송법 등 관련 법안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연말까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법안처리 시한을 못 박지 않은 만큼 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여전히 강행처리를 주장하지만 여당이 여기에 편승해 다시 입법 공세에 나선다면 더 큰 비판에 맞닥뜨릴 것이다.
만약 여당이 단독으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였다면 극렬 지지층 표심 잡기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한국 언론사에 큰 오점을 남겼을 것이다. 핵심 독소조항인 ‘언론보도 피해액의 최대 3∼5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주국가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잉 언론규제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규정한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 조항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에 부딪치자 ‘진실하지 않은 보도’란 더욱 애매하고 확장된 표현으로 바꿔 법안을 더욱 개악하려고까지 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여권은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언론중재법 통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법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언론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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