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지낸 유동규 씨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역인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이 담긴 자료를 검찰이 확보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과 대화한 것을 녹음한 파일과 사진을 검찰에 제출했는데, 유 씨가 화천대유의 누구에게서 어떻게 금품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이 사업을 주도한 ‘키맨’ 유 씨에게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 사업을 둘러싼 복마전의 실체를 밝힐 중요한 실마리가 풀리는 것이다.
유 씨와 화천대유 측 중심인물인 김 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 몸처럼 움직였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하다 김 씨와 손잡고 민관 개발에 참여했다. 유 씨는 2014년 8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부임한 뒤 전략사업팀을 신설해 대장동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다.
2014년 11월 남 변호사의 소개로 입사한 정민용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작성했고, 2015년 3월 사업자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유 씨는 이때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였다. 결국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결정됐다. 공사 내부에선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유 씨가 묵살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유 씨는 지난해 말 화천대유 관계자에게 거액의 배당 수익 등을 언급하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진 짬짜미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 유 씨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일한 경력이 많다. 2010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됐을 때 시장직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았고, 이어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됐는데 이 지사의 최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임용추천위원장이었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비리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다. 대장동 개발 전반을 꿰고 있는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와 자필 진술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여부, 천화동인 1∼7호의 실소유주,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벌어들인 7000억 원의 행방 등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마땅히 국민과 성남시민에게 돌아갔어야 할 개발이익 수천억 원이 어떤 세탁 과정을 거쳐, 누구 주머니로 들어갔는지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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