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대출을 죄면서 ‘대출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이 아파트 중도금과 전세금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은 사채라도 써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에 수요가 몰리고, 정부가 2금융권을 압박하자 다시 대부업체로 쏠리는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추가로 대출 억제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자칫 불법 사채 피해가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인천 검단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중도금 대출이 막힐 상황이니 입주자가 알아서 현금을 구하라는 뜻이다. 공공주택을 분양받은 서민이 어디서 몇억 원을 구하겠나. 일부는 고리(高利) 사채까지 써야 할 상황이다.
NH농협은행은 8월 말부터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지난달 29일부터 대출 한도를 잇달아 줄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금융권 압박에 나서자 저축은행과 카드사들도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대부업체마저 심사를 강화해 10명 중 1명 정도만 대출을 받는다고 한다.
정부는 추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전세 대출을 더 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줄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때 전세 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셋집 사는 일부 서민이 사채로 내몰릴 수 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7월 중순 불법 사채를 수사했더니 이자를 연 3000% 이상 받은 사례도 있었다.
나랏빚은 1000조 원 이상 늘려놓은 정부가 서민의 거주와 생계 자금을 죄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계 부채를 줄여야 하지만 서민에게 부담을 집중시킬 수는 없다. 정부는 세부 대출기준을 새로 마련해 실수요 자금은 빌릴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놓아야 한다. 돈 가뭄을 틈탄 불법 사채업자 단속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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