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그제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며 언론에 공지한 내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성은 씨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을 통해 받은 고발장 이미지 파일이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한다. 또 조 씨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은 지난해 4월 3일 오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관이 ‘신라젠 취재 의혹’을 제기한 지모 씨의 실명 판결문을 조회했다는 것이다.
이제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 규명은 공수처의 몫이 됐다. 검찰도 사실상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목해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을 뿐 고발장 작성 주체는 규명하지 못했다.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는지, 제3의 검사가 관여했는지, 검찰 밖 인사가 작성한 것인지를 밝히는 게 공수처의 최대 과제가 된 셈이다. 이 관문을 뚫어야 윤 전 총장이 고발장 작성을 인지했거나 지시했거나 사전 혹은 사후에 보고를 받았는지의 문제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초 고발사주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을 한두 번 겪냐”며 “있으면 (증거를) 대라”고 반박했다. 고발장에 대해서도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괴문서”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텔레그램 조작 가능성은 없다고 하니 일단 실체가 있는 문건으로 보고 의혹의 단추를 풀어가는 게 상식적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검찰의 정치 개입 혹은 검찰권 사유화와 관련된 사안으로 정치 공방만 벌이다 끝낼 일이 아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사주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제보 과정에 조작이나 문제가 있다면 그것대로 밝혀져야 하겠지만 더 본질적인 줄기는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다. 윤 전 총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장을 지냈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정치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적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바람직한 태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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