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왼쪽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王)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열린 당 경선 TV토론회에 세 차례나 ‘왕’자 손바닥으로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내에서조차 “무속인이 개입했다” “주술 대선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어제 “토론을 잘하라는 지지자의 응원 메시지였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토론회에) 들어갈 때는 지우고 가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손바닥 ‘왕’자는 그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낱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없다. 윤 전 총장은 “그냥 가서 기세 있게 자신감 갖고 토론하라는 뜻으로 생각했다”며 그 어떤 무속적 의미도 없다고 했다. 앞서 측근을 통해서는 “지우려 했는데 잘 안 지워졌다” “남은 토론회에선 응원 메시지를 굳이 지우지 않겠다”는 얘기들로 ‘거짓말 해명’ 논란을 키웠다. 어쨌든 지지자의 성원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순수함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그가 손바닥에 적힌 ‘왕’자의 의미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가벼운 처신도, 그런 어설픈 해명도 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제1의 공복’이다. 그런 자리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지배자를 뜻하는 글자를 공개석상에 나와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그 ‘생각 없음’이야말로 과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인식과 자질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서 최고의 권력을 가진 동시에 최고의 책임을 요구하는, 그래서 가장 치명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가 증명한다. 이번 손바닥 ‘왕’자는 과거 정부의 ‘오방색’ 논란까지 소환하며 가뜩이나 비웃음을 사는 우리 정치를 더욱 희화화했다. 윤 전 총장은 뒤늦게 “깊이 생각을 못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제라도 대통령직에 대한 ‘깊은 생각’을 밝히고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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