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불필요한 외교 리스크 만드는 정의용의 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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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윤완준 정치부 차장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가보니 우리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더라.”

6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다녀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직원들에게 한 얘기라고 한다. 일부 외교부 직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해 4년간 문재인 정부 외교를 지휘해 온 분이 처음 외국에 가본 것처럼 이제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했다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장관은 2월 취임 이후 유독 말로 인한 구설이 잦았다.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인식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도 있었다. 장관의 말을 부처가 나서서 수습했다.

4월엔 지난해 5월 우리 군 감시초소(GP)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것을 “사소한 합의 위반” “절제된 방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정 장관은 다른 당국자들에게 “찜찜하다”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었다고 한다. “의도한 게 아니라고 수습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그날 저녁 외교부는 “적절한 용어 선택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 전날에도 국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를 미국 측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당국자들은 “발언 시점에 이미 미국의 난색으로 어려워진 상태였다”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다음 달에는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지대화’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비핵지대화’를 비핵화와 같은 말로 쓰자 정부 안팎에서 “북핵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냐”는 자조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최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다가 중국의 공세적 외교를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 우리는 그들이 하려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중국 대변인이냐”는 비판이 나오자 발끈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중국 외교가 공세적으로 변하던 2019년에 나온 중국 외교부 대변인 논리와 똑같다. 화춘잉 대변인은 “중국이 세계무대 중앙에 진입했지만 마이크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 주도적으로 발언권을 쟁취해 당당하게 중국 공산당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발언권의 핵심은 국가 이데올로기이고 국가 가치관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여러 나라가 중국이 강압적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은 5월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의 강압적 외교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한미 정상이 약속한 마당에 “우리는 상관없다”는 논리로 읽힐 수 있다.

정부 내 정 장관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뚝심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청와대에서 손을 맞춘 극소수의 고위 당국자들만 챙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웬만한 외교부 고위급도 장관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는 것. 정 장관은 직원들에게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귀를 열고 신중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자신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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