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으로 인한 중국의 생산 차질, 동남아 국가들의 코로나19 봉쇄와 해운대란 등이 겹쳐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쇼크’가 우리 경제에 본격적으로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8월에 생산, 소비, 투자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달 6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공장이 멈춰 서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호주와의 무역 마찰로 중국이 호주산 발전용 석탄 수입을 금지한 영향 등으로 지방정부들이 전력 공급을 제한,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 나가 있는 한국 전자제품, 섬유, 봉제 기업들은 현지의 코로나 봉쇄 조치로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6일), 중국 광군제(11월 11일) 등 대목을 앞두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현대, 기아차의 9월 국내외 판매대수도 1년 전보다 20% 넘게 줄었다. 중소기업들은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실어 나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선진국 소비 회복으로 물동량은 늘었는데 세계 주요 항구의 선적, 하역이 늦어지고 운송비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원유, 천연가스를 비롯해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세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원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공급망 쇼크는 개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원인부터 미중 패권 갈등,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대응 등 지구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공급망 급변에 대응할 중장기 전략을 서둘러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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