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의 분열[임용한의 전쟁사]〈181〉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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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갑작스레 사망한 뒤에 부하들은 왕궁에서 잘 정리된 문건 하나를 발견했다. 알렉산드로스가 준비 중이던 다음 원정 계획서였다. 이 참을 수 없었던 정복자의 칼은 시칠리아, 이탈리아반도, 그리고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 도시와 이베리아반도까지 향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나가 전 지중해를 석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10년을 더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사람은 로마 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당시 로마는 막 이탈리아 중부를 석권하고 남부의 여러 민족, 지역과 전투를 벌이던 중이었다. 알렉산드로스의 군대가 침공해 왔더라면 배겨 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답은 영원히 알 수 없지만, 당시 이탈리아에는 이미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인들이 침투해 있었다. 시칠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에는 그리스인들이 세운 식민도시들이 정착해 있었다. 이들 외에도 로마인, 에트루리아인, 삼니움인, 켈트인들이 난립해서 이탈리아는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훌륭한 기회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어머니 올림피아의 동생인 알렉산드로스 1세,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촌 피로스가 그리스인의 이탈리아 정복을 이루고자 연이어 이탈리아를 침공했다.

하지만 둘 다 정복에 실패한다. 결정적 이유는 그리스인들의 분열이었다. 그리스인 연합 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도시국가 의식이 너무 강했던 이들은 한 번도 자신들이 하나의 국가라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 듯하다. 알고 보면 비록 승리했지만,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때도,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정복할 때도 그리스는 한 번도 제대로 단합한 적이 없다.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까지 와서 손을 잡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그리스는 이탈리아 정복의 기회, 유럽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상실한다.

#그리스인#분열#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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