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무죄가 났고 그 과정에서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퇴임 후 대장동 게이트의 중심인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았다. 이른바 ‘50억 원 클럽’에도 이름이 거론되나 본인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김만배 씨는 권 전 대법관 재임시 그의 사무실을 8차례 방문했다. 대법원이 팔짱 끼고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 합의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며 재판연구관들의 사건 검토보고서를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는 거부했다. 물론 합의 과정 공개는 불법이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강제징용사건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 3차례나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검찰 수사를 사실상 의뢰했다. 권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이 양 전 대법원장 건보다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 움직임조차 없다.
이 지사 사건은 2019년 9월 19일 대법원에 접수돼 2부에 배당됐다. 국회에서는 현 이 지사 캠프의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과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이 주도해 법원의 허위사실 공표죄 적용 실태를 비판하는 토론회를 2019년 6월 4일과 10월 1일 두 차례 개최했다. 김 씨의 권 전 대법관 방문은 그 시기에 집중됐다. 사건은 결국 소부(小部)에서 결론 나지 못하고 2020년 6월 16일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이 적극적 의사표명으로 봐 유죄로 선고한 것을 소극적 의사표명이라고 해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 법관대표회의는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5일 결정했다. 그러나 권 전 대법관 의혹을 특정해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 의혹 등에 대해 거듭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관철한 것은 법관대표회의다. 대장동 게이트는 퇴직 법관의 취업제한 논의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장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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