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대형병원에서 전립샘(전립선)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있었다. 암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의사는 옆방에서 수술 상담을 받으라며 짧게 진료를 끝냈다. 상담 내용은 이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복수술은 수술비가 300만 원이며 재활치료에 3개월이 필요하지만 병원에선 3일만 입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선택지는 로봇수술이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로봇수술은 자비 부담이 1720만 원이지만 재활을 안 해도 되고, 지금 결정해도 3개월 뒤에나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환자는 수술 날짜를 기다려야 하는 데다 비싸지만 재활치료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로봇수술을 선택했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유독 로봇수술이 보편화하면서 현장에선 이러한 상황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환자는 개복수술과 로봇수술의 중간에 있으면서 로봇수술과 치료 효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복강경 수술에 대한 옵션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복강경 수술은 로봇수술과 마찬가지로 배에 구멍을 2, 3개 뚫고 하는 수술이지만 수술 비용은 3분의 1 정도다. 다만 로봇수술처럼 관절이 움직이지 못하는 제한점이 있어서 의사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하지만 최근엔 복강경도 로봇팔처럼 관절이 움직이는 국내 의료기기도 나와 그런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로봇수술의 경우 국내에선 다빈치 로봇이 주류를 이룬다. 올 9월 말 기준 국내에 들어온 로봇수술 의료기기는 117대다. 암 환자 수 기준으로 따지면 약 17만 명당 1대로 세계적으로 한국은 로봇수술 장비가 많이 보급됐다. 국내 순수 기술로 만든 로봇인 레보아이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다빈치 로봇이 많다. 국내에 도입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로봇수술은 여전히 비보험이고 비용도 비싸다. 2020년 한 해 로봇수술이 3만2390건 이뤄졌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문재인 케어에 로봇수술이 포함돼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되어 있었다. 로봇수술 의료수가를 정부에서는 낮게 책정하려 하고, 의료계에선 높게 받으려고 하다 보니 보험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암 치료나 다른 복부 질환으로 인한 로봇수술을 받으려면 1000만 원이 넘는 큰돈이 필요하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전액 지원이 되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
병원 입장에선 20억∼30억 원짜리 비싼 로봇수술 장비를 도입했으니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한때 로봇수술을 1건 할 때마다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책정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많은 암 수술 전문가들을 만나봤지만 기존 복강경 수술과 비교해 로봇수술의 우수한 점이 밝혀진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신장암과 전립샘암에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도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2016년 미국의사협회에선 로봇수술이 기존 복강경 수술과 효과는 비슷하나 비용은 현저하게 비싸다는 결론을 내렸고,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선 로봇수술이 자궁절제술에 있어서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로봇수술이 상대적으로 출혈이 적고 빨리 회복되며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그런데 로봇수술이 복강경 수술에 비해서 더 나은 수술이라고 말한 의사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대장암 수술을 오랫동안 해온 한 명의는 본인이 대장암 수술을 받는다면 비싼 돈을 내야 하는 로봇수술보다는 기존 복강경 수술을 받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료 효과 대비 유효성 입증이 되지 않은 수술이라는 것을 환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환자 사례처럼 로봇수술의 장점만 이야기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게 문제다.
정부도 로봇수술 중에서도 치료 효과가 높은 질환의 경우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급여화를 우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2018년 4월 로봇수술을 급여화하여 국가 보험 체계 안으로 넣고 있다. 환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지 않도록 급여화하기로 했던 로봇수술을 다시 한번 점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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