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년 3월 9일 대선을 꼭 150일 앞둔 어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최종 득표율은 50.29%였다. 가까스로 과반을 얻으며 결선 투표 없이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내용 면에선 의외인 동시에 불안한 승리였다.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라는 핵폭탄급 이슈에도 “1등 후보를 밀어주자”는 대세론 심리에 이 지사의 득표율은 끄떡하지 않는 듯했지만, 마지막 날 민심의 경고라고도 볼 만한 의미심장한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경선의 마지막 관문인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62.3%로 이 지사(28.3%)를 더블스코어 이상 압승했다. 투표율이 무려 81%를 넘었고, 24만여 명이 참가한 결과였다. 전날까지 누적 득표율 55%를 상회하며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가 얻은 57%까지 내심 기대했던 이 지사로선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당 선관위가 정세균 전 총리 등 중도 하차한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하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결선투표로 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는 경선 막판 범여권 지지층의 여론이 크게 요동쳤음을 방증한다. 대장동 의혹 전개가 심상치 않으며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즉, ‘대장동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 지사의 본선 행로는 어둡다고 볼 수밖에 없다. 1, 2차와 달리 3차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는 대장동 이슈에 대한 일반 여론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다. 그러나 ‘천배(수천억 원) 수익’ 등 일반 국민은 꿈도 꿀 수 없는 개발 사업의 ‘설계자’이자 최종 관리 책임자가 이 지사라는 점, 그의 핵심 측근이 뇌물 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권 핵심부에선 향후 검경 수사 및 여론 흐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선 기간 이 지사의 배임 가능성을 거론하며 “후보 구속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팀’으로 본선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전 대표 측이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당 선관위에 접수키로 한 것도 심상치 않다. 사실상 경선 불복인 셈이다.
경선 후유증은 민주당 내부 문제이고, 일반 국민의 관심은 대장동 의혹의 실체다. “앞에서는 공공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민간 택지로 개발 이익을 극대화한 것”(참여연대와 민변)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토건 카르텔의 구조적인 비리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개인 비리와 일탈로 수사가 마무리돼선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이 지사가 민간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데 어떤 구체적인 역할을 했는지와 더불어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 및 호화 변호인단 수임료 대납 의혹 등 규명돼야 할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을 묻어둔 채 국가 비전을 말하는 것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도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장동 게이트가 ‘이재명 게이트’로 귀결될지, ‘국민의힘 게이트’로 귀결될지 예단할 수 없다.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 게임과 대선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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