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위기와 원자재값 폭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품이 없어 공장이 멈추고,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른 유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의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출로 지탱하던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 내수 위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 회복세와 난방용 수요가 겹친 탓이다. 이 때문에 핀란드 노르디아뱅크는 내년 미국 성장률 예상치를 3.5%에서 1.5%로 낮췄다. 유가 폭등 탓에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경제와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급망 위기로 소비자가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서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이 비싼 값에 팔려고 생산을 늘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생산 자체가 어려운 여건이어서 자칫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소비자물가는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나타내며 당초 관리 목표인 1.8%를 넘어섰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나서야 하지만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금리를 올리기도, 계속 동결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기업들은 원자재와 부품 공급을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도 수출 호조에 취해 안일하게 대응할 때가 아니다. 공급망에 차질이 없도록 기업과 공동 대응에 나서고, 유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영향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물가와 경기를 감안한 세심한 금리 정책도 쉽지 않은 과제다. 상황을 지켜만 보기에는 글로벌 환경이 너무 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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