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역선택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상대편에게 불리한 것을 고르는 일”이다. 지금 정치권에 빗대 본다면 ‘국민의힘 지지자가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일부러 참여해 약하다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역선택 논란이 이번 대선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특히 여야 유력 주자들이 나란히 꺼내 들었다.
10일 발표된 민주당의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8 대 62’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재명 캠프에서는 역선택 탓을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28.30%를 얻어 62.37%를 얻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더블스코어 이상의 격차로 진 건 “야권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찍은 역선택 때문”이라는 논리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역선택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4일 국민의힘 당원 급증에 대해 “위장 당원이 포함됐다.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지지자들이 8일 국민의힘 2차 컷오프(예비경선)에 참여해 다른 주자들을 찍을 수 있다는 논리다. 경선에 참여한 다른 야당 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르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내부에서조차 1위 주자들의 이 주장에 고개를 젓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3차 선거인단 결과를 두고 “20만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참여했는데 그 결과가 역선택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직적 가입이 어려운 온라인 당원 가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3차 선거인단에는 약 24만 명이, 국민의힘의 2차 컷오프에는 약 20만 명이 참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유력 주자들이 역선택 탓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이재명, 이낙연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한 여권 인사는 “남 탓이 제일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건 어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화살을 밖으로 돌리면 캠프 사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나타난 이 후보의 충격패는 ‘대장동 의혹’을 빼놓고 분석하기는 어렵다. 윤 전 총장도 최근 스스로 ‘왕(王) 자 논란’과 ‘주술 논란’을 촉발했고, 캠프의 후속 대응도 미흡했다. 실체도 입증도 어려운 역선택 탓을 하기 전에 후보와 캠프 스스로 그간의 행보를 되짚어 보는 것이 먼저인 이유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선은 민주당 지지자도, 국민의힘 지지자도, 무당층도 모두 1인 1표다. “이게 다 저쪽 당 지지자들 때문이다”라며 손가락질하는 건 설령 경선 때까지는 통할 수 있어도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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