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의 시민의식에 놀라는 일이 많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기금 사태 때 애국심과 국민의식이 강한 한국인들의 금 모으기 운동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은 일이 있다. 또한 모두가 기억하는 2016년 촛불집회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시민의식이 정말 강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촛불집회는 한 번만 열렸던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라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놀라움이 든다.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인들을 구별하기는 정말 쉽다. 특히 단체 여행이나 단체 활동하는 한국 사람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의 외모나 특유의 향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의 이미지와 쓰는 물건 등으로도 구별된다. 한국 사람들의 옷이나 물건에는 ‘코리아’라는 단어나 태극기 모양이 달린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들만의 특유의 옷 입는 모양이 있다. 제일 선호하는 보편적 색상은 회색, 흰색, 검은색 등이다. 이 색상들은 차를 뽑을 때나 옷을 고를 때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거리에 한번 나가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겉으로 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서로를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말과 표현도 특별하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은 ‘우리’라는 말을 흔하게 쓴다. 모두가 아는 내용처럼 ‘우리’라는 단어의 뜻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우리 엄마, 우리 동생, 우리 아빠’ 등으로 표현한다. 또한 어느 상점을 가든 이모, 삼촌, 어머님, 아버님 등으로 모두가 친척이나 가족처럼 서로를 부른다. 한국어를 처음 배운 사람이라면 분명히 놀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이렇게까지 서로를 친근하게 말하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6년 전 몽골에 놀러갔을 때 일화를 공유해 볼까 한다. 친정집에 아이를 맡기고 볼일 보러 잠시 외출했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외할머니 집에서 몇 시간 보내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던지,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한글로 표시된 가게 간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정도로 몽골에 한국 가게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머님께서 세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면서 그렇게 놀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까닭은 아이가 길에서 한글로 된 표지나 간판을 볼 때마다 마냥 기뻐하고 박수를 쳤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태극기 모양을 발견하자 애국가를 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친정어머니는 약간 서운해하시면서 필자에게 “몽골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줘”라고 말했다. 필자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국에서 추석과 설 같은 큰 명절 때 어린이들은 유아기 때부터 한복을 한껏 차려입고 어린이집에 간다. 그리고 학교나 어린이집 교실에 태극기도 있다. 학교 수업이나 어린이집 수업에서 태극기 색칠하기나 태극기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진다. 이 모든 것에 비춰 봤을 때 한국에서는 나라 사랑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영·유아 때부터 실천된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의 국민의식은 생각이 다 자라나지 못한 유아기 때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과정 및 교육들이 있었기에 한국이란 나라가 어렵거나 힘든 위기가 닥쳤을 때 모두 함께 한 가족이 되어 힘을 모아 ‘우리’라는 말처럼 서로를 지켜내 왔을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다양한 피해와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위기에서도 한국인의 국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의 코로나 확산세 및 사망자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인구 대비로 나쁘지 않다. 분명 한국 국민들이 개인위생 및 안전수칙을 누구보다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줄 아는 한국인의 국민의식이라면 어떤 위기에서도 잘 견뎌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한 가지 풀지 못한 국민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출산’일 것이다. 이 문제는 국민의식이 아무리 강해도 해결하기가 어려운지 당분간 숙제로 남을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