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핵심 피의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 수사의 총체적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은 김 씨를 딱 한 차례 14시간 조사했다. 추가 조사를 위해 김 씨 측과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자 불과 3시간 반 만에 덜컥 구속영장부터 청구했다가 망신을 자초했다.
김 씨 영장에 적시된 ‘750억 원 뇌물 공여’는 역대 뇌물 사건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액수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중대 사건의 영장인데, 구멍이 숭숭 뚫린 흔적이 역력했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은 김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수표 4억 원+현금 1억 원’을 뇌물로 건넸다고 주장했다가 심문 때는 ‘현금 5억 원’으로 수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에 판사가 계좌 추적 여부를 묻자 수사팀은 “(이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자금 흐름 추적은 뇌물 수사의 ABC 아닌가. 이러니 일반 공무원들은 수천만 원 뇌물 사건이면 즉각 구속인데도 김 씨가 되레 “자금 추적을 통해 입증도 않고 녹취록만을 근거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큰소리친 것 아닌가.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 원도 김 씨의 뇌물 공여 액수에 포함시켜 놓고는 정작 곽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를 건너뛴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수사팀의 역량 부족인지, 태만인지, 의도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시늉만 내려 했던 건지 헷갈릴 정도다.
검찰이 수사 착수 22일 만인 어제야 성남시청에 대한 ‘뒷북’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미심쩍다. 대장동 개발의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즉에 이뤄졌어야 마땅했다. 김 씨 영장이 기각되자 그토록 미적댄다는 비판을 받았던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그나마 민간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설계 등을 협의한 주체는 최종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장인데도 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이 유 씨가 창밖으로 던지기 이전에 쓰던 ‘옛’ 휴대전화를 뒤늦게 확보했지만 이 휴대전화 소재에 대한 정보를 먼저 파악한 쪽은 경찰이었다.
이정수 서울지검장은 국감에서 녹취록의 ‘그분’에 대해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했다가 7시간 뒤엔 “단언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는 뒤죽박죽 그 자체다. 이 와중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 직전 5개월간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등재됐던 사실도 나왔다. 희대의 뇌물·배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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