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SLBM 발사는 2019년 10월 ‘북극성-3형’ 발사 이후 2년 만이다. 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불안정을 조성하는 행위’라면서도 “미국과 동맹에 즉각적 위협은 아니다”고 했다.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은 레이다망을 피해 은밀히 접근해 불시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무기다. 그렇기에 SLBM 발사는 북한이 올해 나섰던 다양한 미사일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적인 신호다. 북한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했고, 이것은 한반도 정세 악화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SLBM 발사로 그 ‘레드라인’의 바로 아래까지 수위를 올렸다.
이번 도발은 북핵과 관련한 한미의 외교적 움직임이 분주했던 가운데 나왔다. 19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만났고, 서울에서는 한미일 정보수장들이 회동했다. 미국은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밝혔고, 종전선언에도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나아가 한국 정부에선 코로나 백신 지원 얘기까지 나왔다. 북한은 이런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무력시위가 더 큰 도발로 가기 위한 떠보기용인지, 대화 개시를 앞두고 한껏 판을 키우려는 상투적 수법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북한의 도발적 행보에는 확고하게 원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SLBM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도 않은 채 맥 빠진 유감 표시로 끝냈고, 미국도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양새다. 이렇게 북한에 끌려다니다간 평양의 태도는 더욱 오만방자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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