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이 우기기와 뻗대기, 뻔뻔함의 경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각종 의혹과 설화에 휩싸인 유력 주자들이 현란한 궤변과 말 바꾸기, 눙치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임 모면에 급급할 뿐 진솔한 사과나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국감’에서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누락 경위에 대해 “재벌 회장이 계열사 대리 제안을 보고받는 경우가 있느냐”고 했다. “삭제가 아니라 건의를 안 받은 게 팩트”라고 했다가 배임 지적이 나오자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발을 뺀 것이다. 해당 조항에 따라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계열사 대리’의 개인 의견 정도로 치부한다. 자기 선거를 도왔던 유동규 씨의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임명을 지시했느냐는 물음에 “인사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유 씨가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스스로 말해놓고는 “(유 씨 소식을 누구한테 보고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피해갔다. 그래놓고 “개발이익 100% 환수를 못한 점은 사과드린다” “저는 공익 환수를 설계한 착한 사람이다” 등의 얘기만 늘어놓는다. 이러니 이 지사의 사과에서 작은 진정성이라도 찾아볼 수 있겠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손바닥 ‘임금 왕(王)자’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며 어이없는 ‘정치관’을 드러냈다. 전두환 정권에서 벌어진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입에 올릴 수 없는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은 쏟아지는 비판에도 “위임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호남 사람을 화나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라며 이틀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버텼다. 어제 ‘유감’ 표명에 이어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며 송구하다 했지만 비판 여론에 등 떠밀린 사과였다. 대선후보 선출을 2주 앞두고 국민에 맞서 고집을 부리는 듯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앞서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적절치 않았다. 직전 검찰 총수가 “법과 상식에 반한다”며 판결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은 정치인의 창이자 방패다. 그 말에서 일반 대중은 해당 정치인의 신뢰도와 품격, 함량을 가늠한다. 매사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뻗대고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해선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한다. 그런데도 트럼프 식의 우기기와 뻔뻔함 전략이 대한민국 대선 판에 횡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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