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구속영장을 부실하게 청구해 기각당했고, 유동규 씨를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구속영장 청구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공수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하지 못했고, 누구의 사주로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 헌정사에는 국기문란이나 대형비리 사건의 실체 규명을 제때 하지 못해 정권이 바뀌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 큰 비용을 치러가면서 재수사를 한 사례가 적잖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의 경우 검찰은 당초 “국가안정 저해”(1994년 10월), “성공한 쿠데타”(1995년 7월) 등의 이유를 들어 기소를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터진 뒤 1995년 12월에야 기소가 이뤄졌고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서는 다스 사건이 논란이 됐다. 검찰은 당시 이명박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두 차례 특검에서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결국 재수사가 이뤄졌고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역시 2013년엔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가 5년 뒤 재수사를 통해 성접대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고, 재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은 또 다른 수사로 이어졌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수사가 2013년 시작됐지만 2017년부터 진행된 추가 수사에서 예산을 써가며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해당 수사팀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 등 수사기관 전체의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대장동 비리와 고발사주 수사는,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5년을 이끌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수사다. 부실수사로 나중에 또 재수사를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적 에너지를 크게 소모하게 되고, 국민들도 심대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수사팀이 준엄한 단죄를 받게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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