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어제 경기도 지사직을 사퇴했다. 민주당 경선 기간 “경기도 예산과 인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다른 경선 후보 측 비판도 많았지만 사퇴 요구를 일축하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대장동 국감까지 치른 뒤에야 물러난 것이다. ‘지사 프리미엄’ ‘지사 찬스’를 있는 대로 실컷 사용하다가 최적의 타이밍에 짐을 싸는 모양새다.
이 후보가 경기도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이용했던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경기도는 인구 1380만 명의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경선이나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또한 한 해 예산만 28조 원이 넘는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재정 여력도 넉넉하다. 이런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이나 재난지원 등에서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때도 많았다.
경기도 100% 재난지원금 지급이 단적인 예다. 두 달 동안의 당정 협의 및 여야 이견 조정 끝에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8%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경기도에선 상위 12%까지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며 독자 행보를 했다. 경선이 한창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8월 초다. 이름도 ‘재난기본소득’으로 명명했다. 대선 어젠다인 ‘기본소득’ 공약 시리즈 차원에서 경기도 예산을 활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선주자임에도 중앙정부와의 정책 조화나 재정 형편이 안 되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였다.
이 밖에도 “캠프와 도정이 분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끊이질 않았다. 도지사의 연가 사용이나 출장비 지출 내역 등을 내놓으라는 야당 요구도 있었지만 이 후보 캠프는 “정치 공세”라며 거부했다. 이 후보가 ‘기본’ 시리즈 공약을 홍보하는 국회 행사를 경기도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치러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는 사퇴 회견문에서 “공직은 권세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지사 찬스를 이용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그 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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