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그제 기각됐다. 앞서 체포영장도 기각됐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1호, 구속영장 1호가 연달아 기각되면서 공수처 수사 역량이 이 정도인가 하는 의문까지 든다.
손 검사가 약속된 소환 조사 일정을 미루는 등 비협조적이어서 강제 수사가 불가피했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피의자 조사도 없이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힘든 무리수였다. 영장심사 전날 오후에야 영장 청구 사실을 손 검사 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를 ‘성명 불상’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수사에 진척도 없었다. 그런데도 ‘조사 불응’을 이유로 인신(人身)부터 확보하자는 발상을 한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않느냐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수처의 잇단 헛발질로 수사 동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의혹의 실체가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 지난달 초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50일이 넘었다. 공수처로 수사 주체가 단일화됐지만 ‘손준성 보냄’ 표시로 고발장 작성 의심을 받는 손 검사와 고발장을 제보자 조성은 씨에게 전달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당초 ‘14일 또는 15일 출석 조사’ 일정을 전달했으나 손 검사는 “변호인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미루다 ‘22일 출석’ 의사를 밝혔다. 그랬다가 다시 ‘11월 2일 또는 4일 이후’로 미뤄 달라고 한 것이다.
조 씨와 김 의원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 의혹은 더 커진 상황이다. 김 의원은 조 씨에게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라”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겠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돼 있다. 해명이 오락가락했던 김 의원 역시 국정감사 일정을 이유로 출석 조사를 미뤄왔다. 검사나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뻗댈 수 있겠나. 손 검사는 영장심사 등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놓고 앞으로도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의심만 살 수밖에 없다. 김 의원도 즉각 조사에 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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