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대선 후보 선출을 일주일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연일 주자들 간 거친 인신공격성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지만 새로운 정책이나 비전을 놓고 대안을 견주는 공약 대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주자는 자신이 발표한 공약조차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기 일쑤다. 이러니 각 캠프에 ‘대표공약이 뭐냐’고 물어도 선뜻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각자 자신이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라고 자임한다. 어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불의한 정권과 선명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고, 홍준표 의원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여당 후보는 반드시 구속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도 새로운 정책 대안으로 현 정부와는 차별화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구상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다른 경선 주자를 깎아내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그제 TV토론에서도 캠프 간 세 불리기 경쟁을 두고 ‘배신자’ 논란을 벌이며 얼굴을 붉혔다. 나아가 윤 전 총장은 자신과 관련된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의견을 물어 “왜 그걸 내게 묻느냐” “참 딱하다”는 반응을 낳았다. 홍 의원은 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질문 자체가 야비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사정이 이러니 당 초선 의원들은 어제 주자 간 상호 비방과 감정싸움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까지 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야권 주요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높은 정권교체론의 환상에 빠져 이전투구만 벌일 뿐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데 따른 국민의 실망감과 정치 혐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게 야당(opposition party)의 첫 번째 임무다. 하지만 그것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머물러선 야당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민이 아무리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오만에 분노한다지만 그렇다고 무능력한 꼰대 정당에 표를 주지는 않는다. 요란한 반문(反文)의 구호 못지않게 정책과 비전으로 그 내용을 채워야 야당에도 수권의 기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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