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호 공약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시간당 7.2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 15달러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요즘은 15달러를 넘게 줘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고용주들이 많다. 코로나19로 폐쇄했던 영업장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지만 돌아오려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가 회복세를 보이며 미국의 월간 채용 공고 건수가 7월부터 10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데 자발적 퇴사자 수도 매월 400만 명으로 증가 추세다. 스쿨버스 운전사를 구하지 못해 재택수업을 하고, 환경미화원이 없어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기업에선 신규 채용과 고용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화장품 업체 세포라는 직원들에게 전 제품을 30% 할인해준다.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는 식료품 체인점도 있다. 직원이 부족해 일부 매장이 수, 목요일 휴업 중인 스타벅스는 내년부터 시간당 임금을 17달러로 3달러 올리기로 했다.
▷이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지난달 일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465만 명이 “코로나 감염 후 회복이 덜 돼서” “코로나에 걸린 가족을 돌봐야 해서”라고 답했다. 코로나로 건강염려증이 생긴 베이비붐 세대가 조기 은퇴한 영향도 크다. 코로나 이후 올 8월까지 ‘초과 은퇴자’가 300만 명이 넘는다. 업종별로는 감염 위험이 덜한 제조업과 금융업은 퇴사율이 낮아진 데 비해 대면 업무가 많은 헬스케어와 코로나로 업무량이 폭증한 기술 분야는 퇴사율이 높아졌다. 30∼45세 퇴사율이 특히 높다. 코로나로 신입사원 직무교육이 어려워진 기업들 간에 경력사원 스카우트전이 치열하기 때문이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두둑한 실업수당이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 정부는 코로나 이후 지난달까지 실직자들에게 주당 300달러를 추가 지급했다. 주 정부가 매주 지급하는 270∼570달러 실업수당에 300달러를 더하면 일하지 않고도 매월 2280∼3480달러(약 266만∼407만 원)를 챙길 수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 교외 지역으로 이사한 사람들에겐 매일 아침 고생스러운 출근을 선택할 유인이 적어진 셈이다.
▷코로나가 끝나도 구인난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팬데믹으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갑자기 해고되고, 번아웃 상태로 내몰리면서 인생관과 직업윤리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사직(Great Resignation)’ 시대로 불리는 미국의 구인전쟁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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