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운전자의 동반자로 기대되는 애플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9일 03시 00분


김도형 기자
김도형 기자
애플의 전기차 생산 소문이 세계 자동차 업계를 여러 차례 들었다 놨다. 세계 최고의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애플이다. 팬덤을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든 혁신 기업으로도 꼽힌다. 이런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로 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많은 기업이 애플의 생산 파트너로 거론된다.

애플이 실제로 전기차 사업에 진입할지, 진입한다면 언제쯤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 유수의 완성차 기업들이 계속 시도했지만 아직 실현하지 못한 자율주행을 유독 애플이 먼저 구현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애플카’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라면 기존 완성차 기업이 앞설 수도 있겠지만 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는 애플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하드웨어 생산 능력이 핵심 역량이던 자동차 산업에 가장 강력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진입하려는 순간인 셈이다.

2011년 사망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남긴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란 말은 애플카에서도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애플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넘어서 그들 스스로도 몰랐던 ‘니즈’를 찾아 제공한다는 어려운 목표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애플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제품들이 경쟁 제품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편리함을 준다고 얘기한다. 유려한 디자인과 빈틈없는 마감에 대한 집착,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산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편에 서 있는 ‘동반자’를 만든다는 것이 애플의 경쟁력이다. 감성에 기반을 둔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수만 개의 부품을 결합해 크고, 무겁고, 비싼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차 산업에서는 체질적으로 ‘생산자 중심’의 생각이 남아있다. 스마트폰을 만들어 낸 애플이라면 여기에서도 분명히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영된 대상이 바로 애플카다. 차가 ‘움직이는 정보기술(IT) 기기’가 될 것이라고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따른 반작용이기도 하다.

기존의 차와 애플카라는 가상의 존재 사이에서 먼저 소비자를 공략한 브랜드도 있다.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하드웨어로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지금은 전기차 그 자체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쓰듯 차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자동차 기업의 영역 안에 있다. 스마트폰(아이폰)이라는 일상 속의 동반자와 차가 매끄럽게 ‘연결’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기대는 결국 애플이 쥐고 있다. 애플카라는 존재가 머지않아 정말로 등장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기대가 큰 만큼 여기에 부응하는 애플카를 등장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 기계가 아니라 동반자로서의 자동차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플#전기차#애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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