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상반기의 3분의 1 수준인 2%(연율 기준)로 뚝 떨어졌다. 1분기 18.3%(전년 동기 대비), 2분기 7.9% 성장했던 중국도 3분기엔 성장률이 4.9%로 급락했다. 교역 상대 1, 2위국 경제에 동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지면서 한국경제의 미래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미국의 성장세를 꺾은 건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구인난이다. 세계적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휘발유 가격이 연초의 갑절로 오르고, 짐 내릴 인력이 부족해 주요 항구마다 컨테이너들이 산처럼 쌓이고 있다. 재료비, 인건비 상승으로 맥도널드 햄버거 값까지 들썩이는데 코로나19 발생 후 유지되던 정부 현금지원이 끊기면서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중국 사정은 더 복잡하다. 석탄,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늘어나는 생산을 떠받칠 만큼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건설·부동산 부문 거품을 빼려고 정부가 자금줄을 죄면서 내수도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수입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팔아 돈을 버는 한국으로선 수입, 수출 양쪽에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원료비가 올라 제조업체의 부담이 커진 데다 제품을 실어 나를 배는 부족하다. 국내적으로는 소비가 아직 덜 회복됐는데 폭발 직전인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금융기관 대출을 묶고, 한국은행은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 성장률 4% 목표 달성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교역 의존도가 60%에 이를 정도로 높고 기름도 안 나는 한국 같은 개방형 경제에 국제 공급망 교란과 유가 상승은 치명적일 수 있다. 정부는 머잖아 시작될 미국의 긴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본유출을 막는 한편 가계, 기업이 받는 인플레이션 충격을 덜어줄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은 더욱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국과의 ‘기술 초격차’를 벌려야 한다. ‘퍼펙트 스톰’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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