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적극적인 안전정책 추진해야[기고/이승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일 03시 00분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미국 사회학자 찰스 프리츠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람들의 대응방식을 탐구한 결과, 사람들은 재난 상황 속에서 ‘공동체적 일체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즉, 혼란과 공포 속에 고립될수록 주위를 살피고 연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적 일체감은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경·도시의 봉쇄 없이 질서 있게 코로나19를 통제했으며 전 국민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 일상회복을 시작하게 된 것은 성숙한 국민의식 덕분일 것이다.

재난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다양한 분야의 안전정책 추진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는 통계로 나타난다. 단적으로 추석 연휴 때 교통사고, 화재, 산업재해, 해양사고 등 주요 사고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7년 일평균 586.8건이던 사고 발생 건수가 올해는 383.4건으로 약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12.6명에서 5.2명으로 59% 줄었다. 미래 예방대책을 세우고 차근차근 시행한 결과다.

‘국민 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도 성과를 내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프로젝트 시작 전인 2016년 4292명에서 4년이 지난 2020년 3081명으로 28.2% 감소했다. 산재사고 사망자도 같은 기간 969명에서 882명으로 줄었다. 높아진 안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재난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 일어난 광주 공사장 붕괴, 이천 물류센터 화재 등은 더욱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재난안전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정부는 ‘선제적’ 재난안전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각종 위험요인이 재난으로 커지기 전 사전 확인·정비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는 2020년부터 사물인터넷(IoT) 기반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국 급경사지를 모두 조사해 붕괴 위험 지역을 특별 관리하는 등 잠재적인 위험 요인도 선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 관련 위험·핵심시설의 안전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공개 범위도 계속 넓혀갈 것이다.

‘실질적’인 재난 피해 지원도 중요하다. 재난 피해 시설복구에 안전·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피해 지역의 ‘공동체 회복’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다. 공공임대 주거 지원, 가전제품 무상수리 등 사소하지만 피해 주민에게 꼭 필요한 지원은 항목을 늘리고 범위를 넓히면 빠른 일상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국가적 고난인 동시에 재난의 무서움을 정부와 국민 모두 몸소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안전에 관한 인식이 ‘내가 아니면 상관없다’는 ‘비아무관(非我無關)’이었다면 코로나19로 국가적 관심은 재난안전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재난안전정책을 추진한다면 코로나19 이전보다 한 단계 도약한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재난환경#재난안전#안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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