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어제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5년마다 반복되는 기득권 양당의 적폐 교대가 아니라 선진화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안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끝에 양보했고, 2017년엔 완주했으나 3위에 그쳤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대선 불출마 약속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나는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장이 안 됐으니 대선 불출마 약속은 무효라는 취지인데 지나친 억지다. 앞서 안 대표는 “절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번복하고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안 대표 측은 “대선 불출마 약속은 유효하다”고 말해 왔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이 무산되자 독자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치인의 공직선거 출마가 아무리 자유의사라고 해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안 대표의 대선 출마는 갈수록 혼탁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선 판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거대 양당의 유력 후보들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고, 경쟁자를 향한 막말 공방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으니 대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절반이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 아니겠는가.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 후보가 접전을 벌이더라도 박빙의 표차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럴수록 중도층 표심에 호소하는 안 대표는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기득권 양당정치를 바로잡겠다고 했으면 그 틀을 깨는 참신한 비전과 정책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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