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잇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수사에 착수한 지 55일 만이다. 당사자들의 비협조, 섣부른 영장 청구 등 우여곡절 끝에 직접 조사가 이뤄졌지만 의혹 해소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문제의 고발장을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게 전달한 김 의원은 “(애초 고발장을 작성한) 제보자와 경위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발사주는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이 (내게 고발장을) 준 것이면 왜 대검에 말을 잘하겠다고 했겠느냐” 등의 논리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시종 오락가락하다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겠다”는 통화 내용까지 나왔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겠나.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출처 표시로 인해 고발장 작성 및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손 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대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범죄 첩보를 제보받는 일이 많았다. 접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파일을 다시 보내줬을 수는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당시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고발장을 보내왔고 텔레그램으로 반송했는데 반송된 파일이 다른 경로를 거쳐 김 의원에게 전달됐을 개연성은 있다는 것이다. 왜 하필 텔레그램을 사용했는지는 의문이다. ‘손준성 보냄’ 표시가 조작된 흔적도 없다. 여전히 어떤 연유로 출처 표시가 됐는지 충분히 설명이 안 된다.
두 사람이 ‘모르쇠’와 ‘시간 끌기’ 전략을 펴는지 모르겠으나 고발사주 의혹은 검찰권 사유화 논란과 맞물려 흐지부지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라” 등 김 의원의 녹취 파일엔 가벼이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 적지 않다. ‘저희’의 실체 규명에 공수처의 자존심이 달려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관여된 이른바 ‘제보사주’ 의혹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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