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는 부패, 상속, 부정, 공정, 환경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를 선도해 나갔다. 실제로도 시민단체가 추진해온 적극적인 사회 감시자로서의 활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소금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을 되돌아보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국민들은 시민단체를 외면하고, 단체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미향 의원의 기부금 유용 혐의부터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밝힌 특혜, 불공정 논란 속에 특정 시민단체에 집중 지원된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사업들의 문제점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시민사회가 제 기능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시민단체 스스로 생명력을 잃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시민단체 내부에서는 ‘정치권과의 공생은 소수 거대 시민단체만의 특권’이라거나 ‘시민사회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원로학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에 시민단체가 ‘파이프라인’을 대고 있는 건 시민단체나 정부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특정 시민단체들은 문제점이 불거졌음에도 이를 “근거 없는 정치적 액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전부터 서울시의회 의원들로부터 동일한 문제점이 꾸준히, 반복적으로 제기됐는데도 말이다. 지금의 반발은 오히려 ‘특정 시민단체 스스로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특정 시민단체와 특정 정치세력이 결탁했고 이를 계기로 특정 시민단체로 막대한 재정 지원이 이뤄졌으며, ‘권력형 시민단체의 성장’으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실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한 약 10년간 민간보조금 또는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특정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는 1조 원에 가까운 시민 혈세가 지원됐다.
당초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사업은 공익상, 정책의 필요에 따라 도입됐다. 민간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권장하거나 민간의 자율적인 행정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행정사무는 간소화해 행정 능률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상황은 처음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시민의 혈세가 특정 시민단체에 집중됐고, 이렇게 지원된 자금은 그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주요 원천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연 정부 예산만 노리는 특정 시민단체가 그들의 말대로 진정한 시민사회를 구현하고 협치를 이끌어 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시민과 국민의 후생 및 편익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 혈세든 국민 혈세든 세금은 정당하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집행돼야 한다. 더욱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사업을 위탁받은 민간 분야 시민단체나 기관의 공적 책임감은 더 강조돼도 부족하지 않다. 이번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가 모든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사업 전반을 되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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