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시의회 충돌… 시민단체 지원금 용처부터 규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0시 00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뉴스1
서울시와 시의회가 시민단체 지원을 놓고 충돌했다. 서울시가 1일 민간 위탁 및 민간 보조금 사업 예산 1788억 원 가운데 832억 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하는 시의회가 삭감에 반대하자 서울시 대변인이 4일 과거 민주당 시의원들이 시민단체 사업을 비판했던 발언록을 공개했고, 시의회는 대변인 경질을 요구하며 행정감사를 일시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는 동안 서울시가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등 여러 분야에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혈세를 몰아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9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10년간 시민단체에 지원한 예산이 약 1조 원이라고 발표했다. 일부 사업은 지원금의 절반이 인건비로 나갔고, 특정 단체에 중복 지원되거나 정산 보고서가 누락됐으며, 시민단체 출신이 공무원으로 임용돼 자기가 몸담았던 단체에 지원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동안 감시도 못했던 시의회가 시민단체 편에 서서 예산안 삭감에 반발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황당한 처사다.

서울시의 대응도 문제다. 오 시장은 9월 기자회견에서 1조 원의 구체적 내역을 밝히지도 않으면서 “서울시는 시민단체 전용 현금지급기(ATM)” 같은 극단적 표현을 써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초래했다. 이번 예산안 논란 와중에 서울시 대변인이 민주당 시의원들의 말 바꾸기를 들춰내며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한 것도 피감기관으로서 선을 넘은 발언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예산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시민단체 지원금 집행 내역을 철저히 감사해 불법 여부부터 가려내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다음 예산 낭비와 행정의 비효율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단체가 시민을 위한 시정 감시자라는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서울시#시의회#지원금#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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