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김부겸 국무총리 등의 반대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는 그제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 원가량 될 거라고 한다”며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전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한 공세였다. 윤 후보는 8일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 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 등의)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초과 세수 40조 원을 거론하며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당초 전망보다 더 걷은 31조5000억 원은 이미 2차 추경으로 써버렸다. 추가로 10조 원 정도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가재정법상 국채 상환 등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돼 있다. 정부는 남은 돈으로 숙박 전시 등 손실보상법 제외 업종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여러 가지로 어려울 것 같다”며 거듭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태도를 밝힌 이유다. 여당은 “(이 후보가 언급한 최소 30만∼50만 원에는 못 미치지만) 20만∼25만 원은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다. 대선 후보의 한마디에 나라 곳간을 억지로 꿰맞추는 꼴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라며 “이번 대선은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말해 왔다. 그래 놓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100일 내 50조 원 투입” “원칙적으로 전액 보상” 등의 약속을 던졌다. 50조 원이면 내년 정부 예산안 (604조 원)의 12분의 1이다. 어느 사업을 어떻게 줄여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어디까지 현금 지원인지,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인지도 불분명하다. 국가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십조 원의 지원 약속을 남발하는 것은 공공연히 포퓰리스트를 자처하는 이 후보가 보여 온 언행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30∼206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0.8%로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한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향후 5년간 경제 규모 대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가장 빠를 것이라고 한다. 가계로 치면 수입은 늘지 않는데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 빚 잔액만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상황이 머지않아 닥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앞으로 5년간 나라 경제를 이끌겠다는 후보라면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 불투명한 선심 보따리를 풀기보다는 나라 곳간을 채워 넣을 방안부터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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