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김어준에겐 참 관대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3시 00분


김지현 정치부 차장
김지현 정치부 차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 씨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내년 TBS 출연금을 올해보다 123억 원 삭감하기로 한 것. 그는 “TBS가 독립된 언론의 힘으로 정부나 서울시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하려면 재정 자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서울시 차원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조치인 셈이다.

김 씨 방송의 편향성 논란이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대선 경선 시즌에는 극에 달했다.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에 대해 그는 “대장동 의혹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리어 “이런 급격한 여론 변화가 여론조사에 안 잡힐 수 없다”며 조직적 역투표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씨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재명은 우리 사회 플랫폼이 될 자격이 있다. 지금부터 당신들(시청자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고 대놓고 지지 선언을 한 뒤로는 노골적인 ‘이재명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 “돈을 안 받았다면 (유동규 등) 측근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성남 국제마피아 조직원 박철민 씨가 이 후보에게 준 뇌물이라며 언론에 공개한) 사진에 돌반지도 있는데 누가 뇌물로 돌반지를 주냐”, “(이 후보의 ‘로봇 학대’ 논란은) 이미지 조작 범죄” 등 이재명 캠프 대변인이나 할 법한 발언을 아침 출근길 교통방송에서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김 씨 방송에 대해 최근 몇 달간 월평균 서너 건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을 하고 있다. 김 씨가 편향된 패널을 출연시켜 여론을 한쪽으로 왜곡시키고 명백히 틀린 사실을 내보내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해쳤다는 주장이다. 10월 한 달간 TBS 게시판에 올라온 청취자 항의 글도 50건이 넘는다. 한 변호사 단체는 “서울시민 세금을 낭비했다”며 TBS의 운영감사를 요구하는 주민소송까지 냈다.

여권 내부에서도 “민주당에 대해 오히려 염증이나 혐오감만 불러일으킨다”(이상민 공동선대위원장)는 우려부터 “김 씨가 민주당 ‘상왕’이냐”(민주당 보좌관 A 씨)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작 김 씨는 논란에 아랑곳 않는 모양이다. 예산 삭감 다음 날 생방송에 15분을 지각한 그는 오 시장에게 방송 출연을 제안했다. 그가 이렇게 여유 부릴 수 있는 배경엔 집권 여당의 엄호가 있다. 당 대표부터 중진 의원까지 연일 줄줄이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종종 방송 전날 페이스북에 직접 홍보까지 해준다. 서울시의 예산 삭감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던 국민의힘과 언론은 왜 서울시의 언론 탄압에는 침묵하냐”는 비판을 내놨다. 집권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걱정할 민생 현안이 그렇게도 없나 싶다.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던 민주당이 편향성과 사실 왜곡 논란에 휘말려 있는 김 씨의 방송에 대해선 유독 관대하다. 역시 민주당식 전매특허 ‘내로남불’이다.

#김어준#민주당#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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