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공장 건설 때 보조금을 주는 법안을 마련했다.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반도체 기지로 떠오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일본에 공장과 연구시설을 신설키로 했다. 일본 정부와 이들 기업이 사전에 물밑 교감을 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일본 대만이 협력을 강화하는 동안 한국은 업계의 지원 요청을 외면해 국내 기업의 공장 건설마저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기업의 국적보다 위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 투자를 압박하며 보조금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은 내달 법안 통과를 거쳐 구마모토현 TSMC 공장에 약 5조 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의 일본 공장에도 보조금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국 내에 글로벌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에도 D램 공장 증설을 앞두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오시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세 나라가 ‘삼각 공조’로 서로 투자하며 새로운 반도체 협력망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자칫 한국 기업이 배제되고 견제당할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을 만들면서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려달라는 업계 요청을 외면했다. 세액공제 등 지원에는 줄줄이 조건을 달아 놓았다. 연구개발(R&D)처럼 단기간 집중 업무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 ‘주 52시간’의 예외로 두는 방안도 무산됐다. 당정이 지난 6월부터 논의한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도 불투명하다. 이래서는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일본은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하면 한국 반도체가 위협받게 된다. 일본이 현지에 공장을 둔 미국과 대만 기업에 소재와 부품을 우선 공급할 수도 있다.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위협받는데 모든 부담을 기업에만 떠맡길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특별법도 실효성이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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