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유해성분 관리제도 마련 시급하다[기고/김강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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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인류는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을까. 기원전 고대 마야문명 신전 벽에 제사장이 담배를 피우는 그림이 묘사돼 있다고 하니 담배 역사는 실로 오래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담배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 또 평균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6년 이상 수명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흡연은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건 물론아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담배 규제는 비단 보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경제, 환경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적이고 중요한 과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보건 분야 최초의 국제 협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채택했다. WHO는 FCTC를 통해 금연정책을 알리고 담배의 유해성을 세계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담배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국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2005년 WHO FCTC 비준국으로 활동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2012년 서울에서 제5차 당사국총회를 개최했다.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제6차 당사국총회는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필자는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올해 개최되는 제9차 당사국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11월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정부 대표단으로 참여해 담배 규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올해는 담배 성분을 규제하고 공개하는 내용과 신종 담배에 대한 내용 등이 논의될 예정인 만큼 새로운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WHO FCTC는 담배 제품 성분을 규제하고 공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미국도 2009년 ‘가족금연 및 담배규제법’을 제정하고, 담배의 유해성분에 대한 자료를 업체로부터 받아 검토한 후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WHO FCTC 당사국으로 국제적 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담배의 유해물질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관리 부처가 명확하지 않아 아쉬운 실정이다. 궐련형 담배, 물담배, 전자담배 등 담배 종류는 매우 다양한 데다 복잡한 원료를 함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유해성분을 특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담배 성분에 대해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한 담배업체로부터 어떠한 자료도 제출받을 수 없다는 건 답답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식약처가 담배의 유해성분에 대한 자료를 업체로부터 제출받고 이를 검토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담배의 유해물질을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은 여러 번 국회에서 논의됐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통과되지 못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다른 나라처럼 담배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담배#유해성분 관리제도#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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