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가 21% 감소했다. 반면 공공일자리 등 단시간 근로자는 521만 명 늘어 전년 동기의 두 배가 됐다.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일부 업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의 질 악화가 취업난과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이다.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대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취업자가 줄었다. 그냥 쉬었다는 경우도 늘었다. 20대 고용 증가도 사실상 취업대기 상태인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다. 이런데도 정부는 코로나 이전의 99%를 회복했다고 자화자찬한다. 현실 왜곡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대면 근로 위주인 단순노무·서비스 일자리가 꾸준히 줄어들 것이란 보고서를 9일 내놓았다. 평균 임금이 낮은 단기 일자리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미리미리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놓지 않으면 저소득층 실업난이 가중되고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고용구조의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에선 한 번 집에서 쉰 사람들이 고용시장에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자발적 실업자도 늘고 있다. 숙련된 고임금 인력은 부족하고,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차별적 고용충격도 나타나고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일상이 되고 있다. 한국도 이런 변화에 대비해 고용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 이전 고용까지 3만6000명 남았다”고 했다. 재정을 투입해 억지로 이 숫자를 채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질 낮은 일자리만 늘려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뿐이다. 정부는 인력 채용을 막는 각종 규제를 없애 민간의 고용 여력을 늘려야 한다. 지금 고용시장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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