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고발 사주 및 가족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동시 특검’이냐 ‘조건부 특검’이냐 등 수사 주체를 둘러싼 두 후보의 설전만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검찰이 2007년 대선 때 이명박(MB) 후보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뭉갰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 후보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조건부 특검 수용’의 뜻을 밝혔다. “검찰 수사를 일단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이란 전제를 달았다. 윤 후보의 대장동-고발 사주 의혹 ‘동시 특검’ 주장에 대해선 “나는 잘못 없다”며 “옳지 않다”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대장동 사건은 (검찰이) 늑장 수사에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으니 특검이 당연하다”며 동시 특검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조건부가 아닌 즉각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두 후보가 특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정작 의혹에 대한 수사는 역량이 부족해 못하는 건지, 의지가 없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장동 핵심 3인방’의 신병을 모두 확보한 데다 이 후보의 복심인 정진상 씨 관련 의혹도 드러났지만 검찰은 ‘윗선’ 수사에 미적대고 있다. 고발사주뿐 아니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비리 무마 의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윤 후보 관련 사건도 제대로 가려진 게 없다.
두 후보 관련 의혹을 적당히 덮은 채 선거를 치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스 사건이 단적인 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MB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검찰은 경선 일주일 전 판단을 유보하더니 선거일 2주 전엔 “혐의가 없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누가 봐도 MB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점에서의 정치적 판단이었다. ‘면죄부’ 수사 결과 논란 속에 결국 특검이 도입됐지만 대통령 취임 4일 전 다스를 포함한 모든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러나 BBK 피해자의 고소로 검찰은 10년 뒤에야 재수사에 나섰고, 다스 실소유주 사실이 드러난 이 전 대통령은 다른 혐의들과 묶여 17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MB 사례처럼 국가적으로 불행한 전철을 또 밟아서는 안 된다. 국민적 의혹으로 불거진 이상 대선 전에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편파 수사나 졸속 수사도 경계해야 하지만 대선 이후로 흐지부지 넘기려는 꼼수를 부려선 안 된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2월 13, 14일 후보 등록 후엔 대선 후보의 체포 및 구속 등에 대한 특례가 적용된다. 그 이전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게 궁극적인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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