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중공)은 어제 폐막한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100년의 당 역사를 정리하는 ‘역사결의’를 채택했다. 중앙위는 시진핑 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중화문화와 중국정신의 시대적 정수”라고 평가하며 중국을 일으킨 마오쩌둥, 부유하게 만든 덩샤오핑과 함께 중국을 강하게 만든 시 주석의 리더십을 찬양했다. 시 주석을 마오와 덩을 잇는 3대 영도자 반열에 올리면서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다.
이번 역사결의는 중공 역사상 세 번째로 채택됐다. 1945년 마오는 소련과 코민테른의 대리세력 등 정적들을 축출한 뒤 역사결의를 통해 1인 체제 수립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1981년 덩은 마오의 문화혁명이 낳은 참상과 실책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개혁개방 노선을 공고히 했다. 이번에 시 주석은 새로운 역사결의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지위에 오르면서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는 마오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중국사회 저변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신(新)마오주의는 덩의 개혁개방이 낳은 불평등을 비판하면서 마오 시절을 연상케 하는 애국주의 열기를 북돋았다. 시 주석 집권 이래 덩 시절부터 유지돼온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무너졌고, 사회 곳곳에 대한 국가적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이번 역사결의로 마오의 위상은 높아지고 덩의 입지는 축소됐다. 마오 독재시대로의 뒷걸음질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권력의 강화는 중국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6중전회는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고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렸다. 당장 다음 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을 내건 시 주석의 중국몽은 대외정책에서 더욱 거친 목소리와 노골적인 힘자랑으로 나타날 것이다.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더욱 큰 자기 몫을 요구하고 주변국에 자기 방식을 강요하려 들 수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큰 도전이자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중국의 최근접 영향권에 한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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