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홍 의원은 ‘막말 준표’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청년들이 싫어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홍 의원은 5일 끝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불과 4년 만에 청년층 표심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청년층 공략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청년층의 비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이 후보는 8일 한 누리꾼이 쓴 “2030남자들이 펨코(FM코리아)에 모여서 홍을 지지한 이유”란 글을 당 선대위 인사들에게 공유하는 한편 11일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는 공약을 내놨다. 2030 남성들이 주로 모인 펨코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홍 의원을 지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고,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층의 반대가 심한 정책이다. 윤 후보도 후보 선출 다음 날 ‘청년의 날’ 행사로 달려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나 때는)’ 공부 좀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하면 취직도 하고 안정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는데, 요즘 젊은 세대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며 “대통령 후보 이전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참 미안하다”고 몸을 낮췄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벤치마킹 대상은 홍 의원이다. 홍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사법시험 부활, 수시전형 폐지 등을 공약해 ‘이대남(20대 남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공정’에 민감하고 여성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이대남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 이 후보와 윤 후보도 여가부 개편 등을 공약하며 이들의 지지를 얻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윤 후보가 약속한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역시 이대남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뜨거운 이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2030세대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 이대남들만 공략할 경우 ‘이대녀(20대 여성)’들의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을 통합하고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접근으로는 일자리, 주거 등 전 분야에 망라된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젠더 갈등만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2030세대가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를 두 후보가 다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경선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해 홍 의원을 지지한 20대 당원은 “우리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고, 우리의 생각에 가장 공감해준 정치인은 이재명도 윤석열도 아닌 홍준표”라고 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홍준표의 페이스북은 누가 써줬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홍준표와 나는 늘 소통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청년의 말을 경청하고, 청년의 생각에 공감하는 한편 측근이나 보좌관이 아닌 본인의 언어로 직접 소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두 후보가 벤치마킹해야 할 홍 의원의 장점이자 청년들이 홍 의원을 지지했던 진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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