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 개발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과 과장급 실무자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선관위가 내년 대선과 관련해 선거 관여 혐의로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 고발은 선관위 차원의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선관위는 “공무원의 선거 관여는 선거 질서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유사 사례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의 여당 대선공약 개발 의혹이 표면화돼 선관위에서 조치가 내려진 것은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선관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에게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수용할 만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은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을 이달 초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번에 고발된 여가부의 경우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의 자료 요구에 각 실·국에서 자료를 받아 김 차관 주재 회의를 거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가부는 대선과 무관하게 중장기 정책과제를 개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에 대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선거운동 기획의 참여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여당의 대선공약 개발에 활용될 자료를 작성·제공한 여가부의 행위는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고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중대한 선거범죄가 아닐 수 없다.
여가부나 산업부 모두 여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든, 자발적인 줄 대기 차원이든 정부부처가 대선 정책공약 개발을 조직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여당의 하청기관임을 자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비단 두 부처만이 아닐 것이다. 대선 시즌이 되면 부처마다 공약 아이디어라는 명목으로 조직이기주의가 깔린 민원성 정책을 들이미는 관행이 만연하다. 앞으로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여당은 물론 야당 쪽에도 정책과 정보 ‘보따리’를 들고 줄을 대려는 공무원이 생겨날 수 있고, 그것이 본격적인 관권 개입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선캠프 줄 대기는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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